2013년 12월 4일 수요일

"위기의 의사, 전문직업성 확보를 위한 제언 - 의협창립 105주년 특집 좌담회" 기사를 읽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시각에서

이 글은 http://www.doctors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92083 에 나온 좌담회 관련 기사를 읽고 그에 대한 저의 개인적인 생각을 쓴 것입니다.

제가 어떻게 이 글을 읽게 되었는지는 생각이 잘 안납니다. 하지만, 읽고 나서는 참 감탄을 했습니다. 몇번이고 읽고 또 읽었었고, 원래 이 글을 읽고는 어디다가 잘 저장해 둔 것 같은데, 막상 찾지를 못하다가 오늘 페이스북에 마침 저수가와 관련하여서 글이 올라온 것이 있어서 나름대로 저의 생각을 정리해서 올리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해서 한참을 글을 검색해서 찾고는 찾은 김에 저의 의견에 대해서도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원래 이 블로그에는 다양한 글들을 올리려고 하였었는데 마침 지금 미국에서 뇌신경영상 분석 공부를 하다보니, 이 쪽과 관련된 글만 주로 올리고 또 제가 공부한 것을 정리하여 올리는 블로그가 되어 버렸습니다.

하지만 시카고에 와서 진료가 남의 나라에서 어떻게 이루어지는 지를 보고나서는 나름대로의 생각을 정리하여 두는 것이 필요하겠다라고 생각을 하였다가 이번에 글을 올립니다.

(개인적으로 같은 고대에 있지만 안덕선 교수님은 제가 존경하는 은사님이시고, 또 작년에 의료인의 전문직업성과 관련된 연구과제에 지원을 한 적이 있어서 - 떨어졌지만 - 이 번의 기사는 특히 각별하게 관심을 기울여서 잘 읽었습니다.)

항상 한국의 의료현실과 관련된 기사가 나오면 의료인과 비의료인인 의료 이용자들의 시각이 첨예하게 갈리면서 싸움이 나곤 합니다.

의사들은 한국에서 의사를 하는 것이 더 어려워지고 있고 내 아이는 의대를 안 보내겠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곤 합니다만, 한국에서 의대 들어가는 것은 정말 수재 중의 수재가 아니면 어려운 일입니다. 왜 그런가, 의사가 갖는 직업 안정성이 오늘 날의 한국사회에서는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합니다. 오늘날의 한국 의사들이 과거의 한국에서의 의사들이 가졌던 위상을 더이상 누리지 못하는 것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만, 동시에 한국 사회가 역동적으로 변하면서 안정성을 가질 수 있는 전문적인 직업군이 선망의 대상이 되었기에 여전히 의사가 되는 것을 많은 청소년들이 원하고 의사는 선망이 되는 직업군에 들어갑니다. 동시에 의사는 사회적으로도 기득권 쪽에 속하고 있습니다 (아직까지는).

정신과에서 많이 나오는 이야기들 중에서 마음 읽기 이론이라는 것이 있는데, 타인의 입장에서 타인이 생각하는 마음을 얼마나 읽을 수가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한국의 의사들은 이러한 환자들의 마음 읽기, 의사와 다른 입장에 있는 일반적인 국민들의 마음 읽기가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국민들의 마음 속에서 의사는 기득권의 상징으로 확고한 입지를 가지고 있는 데, 이러한 상황에서 의사들이 저수가로 의사들의 처우가 악화된다는 것을 아무리 이야기를 하여도 그러한 이야기는 소귀에 경읽기로 들리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좌담회를 보면서 기가 막힌 비유라고 생각한 것이 있습니다. (한국의사와 미국의사를 비교하자면 질적인 차이는 별로 없는데 수입의 차이는 물론 많다. 스웨덴과 인도의 버스기사를 비교해 봐도 그렇다. 인도의 버스기사는 운전 실력도 좋고 오래 근무해야 하기 때문에 고단하면서도 임금은 적다. 스웨덴은 근무시간도 짧은데 임금은 많이 받는다. 임금은 사회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 아직도 많은 의사들이 임금과 전문성이 직결된다고 생각하는 듯 하다.)

한국에서 의사가 처우가 악화되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은 일반 대중들에게는 와닿지 않는 이야기이고, 특히나 일반 대중들은 미국의 의료가 얼마나 문제인지를 많이 들은 상태이기 때문에 미국과 비교하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만 나타나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을 개인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차라리 미국 말고 다른 나라의 의사들과 비교를 했으면 합니다.

그렇다면, 저수가는 단지 기득권인 소수자에 속하는 의사들의 이야기에 불과하니, 무시하고 넘어가도 되는 말인가, 이왕이면 소수자가 좀 손해를 보더라도 그로 인해서 대다수의 국민이 혜택을 볼 수 있는 의료보험제도가 유지되는 것이 낫지않은가(그래도 의사들은 다른 직군들과 비교해서 어느 정도는 먹고 살만하니)에 대해서 생각을 하자면 저는 단연코 아니라고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미국에 와서 보니 여러모로 한국의 현실과 비교하여서 답답한 부분들이 있습니다. 제가 무조건 미국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며 한국도 답답한 부분이 있고, 미국도 답답한 부분이 있습니다. (미국에서 의료비 때문에 걱정하는 것을 보면 이 나라도 이해가 안가는 구석이 한두가지가 아니이긴 합니다. 오바마 케어가 왜 그렇게 미국에서는 반대의 대상이 되는지 외부자의 시각으로는 이해가 잘 안가는 미묘한 부분들이 많더군요.)

하지만 한국이 공공의료가 잘 되어 있다고 말하기에는, 너무나 부족한 부분들이 많습니다. 한국의 의료보험은 전국민을 대상으로 한다고 자랑스럽게 말하지만, 현재의 의료현실이 한국의 의료보험이 막상 중병이 가족들 중에서 걸리게 되면, 진정한 의료보험의 역할을 못하고 일종의 의료할인권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진료와 관련된 이야기가 나오면 참 가슴이 답답합니다. 진료실에 있다 보면 제한된 시간에 환자들을 보기 위해서 분초 단위로 시간을 보아야 하고, 말이 많은 환자가 들어오면 문제 해결 보다도 우선 빨리 환자를 어떻게 하면 밖으로 내보내야 하나, 뒤에 밀린 환자들의 불만 섞인 얼굴들이 떠올라서 집중이 안되는 경험을 하다 보니, 환자의 문제를 함께 해결하면서 보람을 느끼고 인간적인 만족감을 느끼는 것은 어렵습니다.

특히 제가 맡고 있는 정신건강의학과와 같은 경우는 수가가 낮기 때문에 환자를 적게 보게 되면 그 것은 바로 병원의 경영압박에 제가 기여하는 꼴이 되어서 실제로 월급이 당장 깎이지 않는다고 해도 엄청나게 부담스럽게 느껴지고, 실제로 병원에서 과의 발언권이 줄어들기 때문에 과 발전에 영향이 아주 큽니다. 매일매일 아주 뼈저리게 느끼는 부분입니다. 병원이 돌아가기 위해서 운영에 필요한 부분, 비용이 있는데 이 부분이 사실상 현재 체제 내에서는 수가에 감안이 안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교육도 마찬가지로 나라에서는 투자는 안하고 과실만 챙기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이런 저수가 제도 하에서 다른 과들도 힘들겠지만, 역시 정신건강의학과(특성상 아주 노동집약적일 수 밖에 없는데)의 경우에는 인원 충원도 제대로 안되고 피해를 입고 있습니다. 저의 경우에는 세부 전공분야로 소아청소년 정신의학과 정신신체의학을 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타과에서 의뢰가 온 환아에 대한 자문 업무가 기본적으로 들어 갑니다. 하지만, 제한된 인력과 시간을 고려한다면 사실상 타과 환아에 대한 소아청소년 정신과적인 자문 진료는 본격적으로 하는 것은 현 시스템에서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고 있습니다.

결국 저수가는 국가가 투자를 해야 하는데, 투자는 안하고 저수가로 생색만 내려고 하는 과정에서 속으로 의료의 질이 떨어지고 곪아서 부실을 가져오는, 다시 말해 진료의 질을 낮추게 되는 전형적인 한국사회의 특성을 보여 주는 사례라고 생각됩니다.

저는 좌담회에 나온 내용에 아주 동의를 합니다. (의료는 어느 정도 사회적이고 공적인 성격을 갖는 것이고, 사회가 뭔가 컨트롤 하려면 규제나 법률만으로는 어렵다. 투자를 해야 한다우리나라처럼 의사에게 사회가 투자를 하지 않는 곳이 없다. 알아서 의사가 되고, 알아서 개원을 하라는 식이다. 그런 면에서는 사회에서 투자를 하지 않는 곳보다 한국의사가 조금 더 받아야 한다. 투자액 대비 원가대비 개념으로 보자면 유럽은 등록금을 다 대주는 대신에 마음대로 개원을 하지 못한다. 개원도 굉장히 제한되어 있고, 사실 수입도 그렇게 높지 않다.) 국가에서 투자가 좀 더 되어야 합니다. 한국에서 사회보험급여와 정부보조로 이루어진 공공부문의 비중은 2008년 55.5%로 상당히 증가했지만 OECD 국가에서 세 번째로 낮은 수준이며 민간부문 재원에 대한 과도한 의존이 심각한 문제입니다.

의료 시설 건립 및 의료 인력 교육을 다 국가에서 투자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사실상 민간의료기관에 맡겨 놓은 상태에서, 존재 자체가 영리를 추구할 수 밖에 없게 해놓고 저수가로 생색만 내려고 하니 계속 반발이 나올 수 밖에 없고, 의료의 질은 질대로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미국처럼 상업적인 의료기관이 나오고 의료비가 천장을 뚫게 하는 것을 전혀 바라지 않으니, 국가가 어느 정도 의료기관이 운영되고 질이 어느 정도 보장이 될 정도로 수가를 보장해 주는 투자를 했으면 합니다. 

대충해서 덮어 두면 알아서 해결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계속 이대로 가면 어떻게든 유지는 되겠지요, 하지만, 질의 저하는 불을 보듯이 뻔한 문제입니다. 생존이 우선이니 질이라도 떨어뜨려야 생존을 지속할 수 있을 테니까 말입니다.

대학병원 3분진료에 2시간을 기다린다는 이야기가 이전에 나오곤 했었는데, 대학병원은 이렇게 해야 수지타산을 맞출 수 있다는 이야기도 같이 나와야 하고 그러려면 저수가가 해결되고, 개원가와의 의료 연계가 원활하여져야, 저수가에 대학병원에서 개원가의 환자까지 빨아들여서 수지타산을 맞추려고 하고, 개원가가 힘들어지면서 일차 의료 체계가 무너지는 일이 없어질 것입니다. 개원가가 유지되는 것은 정말 중요합니다. 지금은 제가 대학병원에 있다고 하더라도 결국은 저도, 아니 대학병원 의사들 대다수는 개원가로 돌아가야 할 사람이니까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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