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1월 18일 월요일

편역을 끝냈습니다. - What works for bipolar kids


미국에 와서 했던 큰 프로젝트 중의 하나인 편역이 오늘 끝났습니다.

아래의 책입니다.



분량이 꽤 되어서 A4 워드로 글자체는 10포인트로 했는데도 지금 보니 275페이지네요.

글을 쓰는 직업이고, 그 동안 많은 원고를 써왔으나, A4로 거의 300여 페이지 짜리 글을 (비록 편역이지만) 써 보기는 거의 처음입니다.

오늘은 사무실도 안 나가고 방에 틀어박혀서 고치고 또 고치고 해서 일단 출판사에 원고를 지금 막 넘겼습니다.

큰 것 하나 끝내니 정말 뿌듯하네요. 이제 다음으로 쓸 논문, 리뷰, 분석, 교과서 쓰기  등등의 일들이 꽤 많이 밀려 있습니다. 그래도 정말 시원합니다. 물론 앞으로 교정도 보고 문장도 또 다듬어야 겠지만 일단 한 고비는 넘긴 것 같습니다.

아래에는 제가 쓴 원고에서 편역자의 말 부분만 옮깁니다.

편역자의 말


처음에 미국에 가서 닥터 매니의 진료실에서 환자 진료를 옆에서 보면서 환자들을 대하는 매니의 긍정적이고 활기 넘치는 태도가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에서 진료를 할 때 내가 어떠했었나 진지하게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매니가 자신이 하는 진료의 주요한 내용들이 이 책에 들어 있다고 제게 소개를 해 주면서 책을 읽기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매니에게 이 책을 소개 받으면서 읽어보다가 내용이 보호자들에게 정말 좋다고 판단이 되어서 편역을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 편역을 시작하려 할 때에는 아직 책을 처음부터 완독을 하지는 않고, 부분부분 발췌해서 보던 시점이었는데, 막상 편역을 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소개를 한다고 생각하면서 처음부터 차근차근 완독을 하니 내가 그냥 띄엄띄엄 읽을 때와는 많이 다른 느낌이었음을 고백합니다.
이 책에는 많은 실례들이 들어있고 그 내용 중의 다수는 내가 미국에 오기 이전에 이미 진료실에서 경험을 하였던 많은 아이들에게서 경험한 살아 숨쉬는 증례들입니다. 태평양을 건너서 미국의 진료실에서 본 아이들도 한국에서 본 아이들과 큰 차이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책을 읽으면서 처음에 전혀 예상을 못했었는데, 읽다가 보면서 나도 모르게 조울병 아이의 어머니, 아버지 심정으로 돌아가서 숙연해 지는 느낌입니다.
편역하려고 증례들을 보다 보면 자꾸만 진료실에서 보았던 아이들과 어머니들의 얼굴이 주마등처럼 머리 속을 스쳐갑니다. 성적이 전교 순위권을 다투다가 조울병이 생기면서 성적이 떨어지던 김군, 그래도 흔들리지 않으려고 애를 쓰시던 김군 어머니, 진료실에서 아이가 흥분하자 껴안고 우시던 이군 아버지, 항상 기운 없는 창백한 얼굴로 말이 없던 여학생, 아이 학교에 문제가 생겨서 갈 때는 흐트러짐 없게 옷을 항상 잘 갖춰 입고 간다고 하던 아이 어머님, 자신의 아들을 데리고 오시던 학교 선생님 …… 항상 깍듯하시면서도 여유를 잃지 않으시던 부모님들. 그 분들은 지금 어떻게 지낼까, 내가 그 입장이었으면 나는 어떻게 행동할 수 있었을까…… 증례들이 살아 숨쉬면서 내가 진료를 했었을 당시에 나는 어떻게 했었나 과연 나라면 어떻게 해야 했었나 자꾸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모두들 제게 가르침을 주신 분들입니다.
이 책은 소설이 아니고 교육과 정보 제공을 하는 책인데도 내게 깊은 마음의 울림을 주는 것은 살아 숨쉬는 증례를 바탕으로 제 경험과 맞물렸기 때문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자녀가 조울병이라고 진단을 받으신 부모님들도 이 책을 읽으시면서 개인적인 경험이 생각나면서 많은 생각이 드실 것이라고 생각하며, 소중한 시간을 내셔서 이 책을 읽으시는 만큼, 도움이 되시리라고 확신합니다.
 편역을 하면서 한국의 실정에 맞게 하려고 각 주도 넣고 하였었는데, 특히 9장이 편역하기에 제일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그 이유는 한국에서는 아직까지 이러한 시스템들이 미처 갖추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제가 한국의 실정에서는 이러이러하게 도움을 받으시면 된다라는 말을 할 수가 없어서 참 어려웠었습니다. 이 부분은 앞으로의 저의 임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책자를 편역하면서 정서적으로 지원을 하여 준 부인 지연, 아들 본무에게 고맙다고 말을 전하고, 특히 이 책이 출판될 수 있도록 기꺼이 판권계약부터 지원을 하여 주신 하나의학사 오무근 대표님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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